코모리

집에서 동생이랑 하는 꽁트 중에 히키코모리 놀이라는게 있다. 주말에 둘 다 늦잠을 자다가 먼저 일어난 사람이 다른 사람 방으로 달려간다. 그리곤 잠자는 사람을 깨우며 이렇게 말한다.

코모리님~ 일어나세요ㅠ, 무서워도 집 밖으로 나가셔야죠!

코모리가 된 사람은 방문 앞에 서서 한발을 거실 밖으로 내놓을까, 말까 고민하는 척한다. 그리곤 무거워서 못나가겠다고 외치며 다시 침대에 들어가 잠을 이어간다 -_-

코모리는 방 밖으로 못나가기 때문에 점심으로 먹을 음식을 포장해오는 것도,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것도 다 먼저 일어난 사람이 한다. 그렇게 코모리가 된 사람이 그 날 하루 집 밖을 나가지 않아도 생활 할 수 있도록 물신양면으로 도와준다. 실제로 약속이 없으면 잘 나가지 않기도 하다.

무슨 생각이었을까? 왠지 모르게 긍정적이었다.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만 가면 살도 빠지고 이성친구 생길거라는 선생님의 말만 철석 같이 믿곤 대학에 왔더니. 술만 먹을 수 있게 되었지 고등학생 때랑 별반 다를바 없었다는 모 학생의 말처럼, 너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. 가기만 하면 뭔가 알아서 환상적인 일들이 일어날거라고.

접시에 음식을 담고 어디 가서 먹지?라는 생각과 함께 현실이 다가왔다. 내가 왜 혼자 파티에 왔을까?

바보는 실수를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,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이라더니. 난 진정한 바보였다. 혼자 되어 어쩔줄 몰라하는 이 기분은 예전에도 여러번 느껴본 감정이었다. 신난다~하고 갔다가 신나겠다 하곤 먼곳에서 지켜보던 기억이ㅠ

밖은 추웠고 안은 사람이 없었다. 오후부터 시작된 감기 증상에 컨디션도 안좋아서 밖에 나갈 수 없었다. 커피를 한 손에 들곤 혼자가 아닌양 카톡을 했다. (오늘 저녁에 내 카톡을 받았다면, 저 때 보낸걸 받았을거다). 행사 진행을 위해 안으로 들어오라는 안내 방송과 함께 밖에 있던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왔다. 코모리는 가방을 챙겨 서둘러 건물 밖으로 나왔다.

오늘은 일찍 잘거다. 그리고 늦게 일어날거다. 내 방에 누군가 나를 깨우러 올 때까지 계속 잘거다.

그렇게 다시 꽁트가 시작되고 난 다시 바보처럼 또 혼자 가겠지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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